잡다한 리뷰/만화
[추억의 만화 리뷰] 오경아 (오경)-백야
kaverin
2009. 5. 11. 11:30
과거 순정만화 잡지에선 완숙한 작가들의 괜찮은 단편들이 심심치 않게 실리곤 했었다.
그건 창간 초창기의 윙크도 마찬가지였고, 윙크 단편으로 실렸던 오경아씨의 백야는 내 기억에
오래동안 남는 작품 중 하나가 됐다.
-그 때만 해도 순정만화 독자들의 취향이 아직은 꽤나 고아하던 시절이었달까.
(아마도 노르웨이 정도로 추정되는 어느 나라)의 시골마을의 타노는 자기 마을로 요양을 온
크누트란 소년과 친해지게 된다. 같은 또래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마을에서 무료하게 살던 타노는
불안정한 정서를 보이지만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해 주는 이 이방인에게 푹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백야의 어느 밤 그들은 뗏목을 만들어서 호수로 유람을 나간다.
크누트의 아픔의 원인은 아네트란 여인에 대한 짝사랑 때문이었다.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네트는 어린 소년이었던 그의 구애를 져버리고 사이가 소원한
형 한스와 결혼을 했던 것.
그런데 그들은 호수 위에서 아찔한 사고를 맞고, 크누트는 물 속으로 빠진다.
아네트...
당신은 그저 날 어린애 정도로밖엔 여기지 않았어.
내 목숨 전부와 바꿔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에겐 그것마저 단지 농담거리였어.
이제 당신은...
언제나 내게만은 혹독하기 짝이 없는
내 유일한 형 한스의 영원한 반려자가 되는군....
차라리 죽고싶어..
난 뭘하지?
사랑도 죽음도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타노가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어났을때, 크누트는
어떤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보트로 옮겨 타고 사라져간다.
며칠이 지나고 타노가 다시 그 호수로 나왔을 때
검은 옷의 남자가 모는 보트를 타고 크누트가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는 타노에게 담담히 작별인사를 건낸다...
이 백야의 경우는 당시 윙크 후기에 작가님이 원작소설이 있다는 것을 언급했던 것 같다.
제목이 '보트를 탄 남자' 였다고 하던가.....
-아시는 분은 부디 제보를 해주시길.ㄱ-
오경아씨의 다른 작품들도 약간 그렇긴 하지만 이 작품도 자극적 사건이나
아름답고 쭉쭉빵빵한 캐릭터...뭐 그런 대중적 요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잔잔한 그림체 틈에서 보이는 지독한 쓸쓸함과 애잔함....그리고 거기서 느껴지는
아릿한 아름다움에 다 읽고 난 뒤에도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었다.
참 의아한 일이지. 오경아씨 그림이 특별히 크게 정교한 스타일이 아닌데도
이 작품을 읽으면 노르웨이의 어느 시골의 바람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하니.
오경아씨는 내 기억에 이런 식의 서양쪽 배경의 스산하고 애틋한 정서의 작품에 유독
장기를 발휘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일본식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망가' 틈바구니에서 어디에서도
이런 만화를 접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것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검색을 해보니 오경아씨의 단편집들은 다 절판상태더군요. 이 만화를 살 수 있는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서 만화 이미지를 좀 삽입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이대로 나갈 생각입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만약 저작권상 문제가 되는 점이 있다면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