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리뷰/만화
[추억의 만화 리뷰]이은혜-피자파이 사랑굽기(그 외 잡설)
kaverin
2009. 8. 10. 14:19
이 만화는 1989년쯤(.....일거다 아마도;;;자세히는 절대 모른다 나도;;)월간 르네상스에 연재됐던
이은혜씨의 2부작 단편이다.
외모는 이미 충분히 예쁘고 여성스러운데도, 정신적으로는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한 소녀 혜주는
외모도 괜찮고 성격이나 행동 둘다 매우 젠틀한 이 남자와 사사건건 안좋은 상황으로 엮인다.
좋은 인상만 보여줘도 모자랄 이 과분한 남자에게 덜렁이인 혜주는 항상 최악의 모습만 보여주게 되고,
갈수록 울고만 싶어지는데.....
하지만 이 성격좋으신 완소남은 참 은혜롭게도 이미 혜주한테 관심이 있으셨음이 밝혀지고....
어찌됐거나 결말은 달콤한 해피앤딩~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경 원수연씨와 함께 신성처럼 등장해 대단한 인기를 모으셨던
이은혜씨의 초기작품이다. 주로 장식적인 미장센의 순정만화가 대세였던 당시에 이은혜씨는
전혀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우면서도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실력,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다수 독자들의
취향에 맞을만한 참 괜찮은 스토리들로 당시 순정만화 독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빠른 속도로 순정만화계의 슈퍼스타 반열에까지 오르게 됐다.
-20년 가량이 지난 지금 이 만화를 봐도 절대로 촌스럽거나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림이란 걸 보면
당시 이은혜씨의 실력이나 감각이 얼마나 세련되고 획기적이었는지는 잘 알 수 있다.
요즘의 많은 신인들의 작품을 봐도 신인시절 당시의 이은혜씨의 아우라를 지닌 작품은
없다시피 하다고 난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비슷한시기 활발한 활동을 하셨던 원수연씨가 이제 확고부동한 대작가의 위치를 굳히신
것에 비해 후일의 이은혜씨의 행보는 내 입맛을 참 씁쓸하게만 만드신다.
당시의 아이돌그룹 소방차의 통화중의 곡명을 사용한 3부작 단편 통화중.
이복남매의 담담하고 애잔한 사랑이야기와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청년의 비극적인 결말을
다룬 작품이다.
욱일승천하던 당시 이은혜씨의 인기나 그 실력, 그리고 그 가능성을 생각하면, 오늘날 이런 듣보잡 인간이
듣보잡 블로그에서 그분에 대해 노가리를 깐다는 것은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전에 포스팅을 했던 오경아씨가 순전히 중과부적의 외적인 이유로 작품 활동이 뜸해진 것에 비해,
이은혜씨의 영락은 외적 내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결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것을
뭉뚱그려서 그저 단순히 '운이 없었다'라고 결론을 지어야 할지도......
그분의 작품활동이 중단된 것이나 그 이유같은 것에 대해 난 많은 코멘트를 하고 싶은 맘도 없고
그럴만한 능력도 없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은혜씨의 성공적인 재기를 기원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애잔한 마음으로 흐드러진 꽃밭과도 같았던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것 뿐이다. 슬프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