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리뷰/책

[나름 책 리뷰]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상

kaverin 2009. 8. 13. 01:09


이 블로그를 대충만 훑어보고선, 내가 비엘소설만 읽거나 만화만 읽는 인간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는데.....가끔은 나도 진지한 책을 읽으신다능.ㅋㅋ
댁들도 부디 허구헌날 인터넷서핑만 하고 야동만 보지 마시고 독서들을 하시길. 특히 큰 출판사에서
전문가의 교열을 거친, 제대로 된 저작물을 말이다. 그래야만 댁들의 저질 맞춤법 실력이 조금이라도
향상될 것이고 교양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교양수준이 높다는 것 남친이나 여친 꼬실때 꽤 중요한거다. 신경 좀 써주자.
(이 말을 하면서 왜 이리 내가 민망하고 찔리는 기분인지....=_=;;;;;)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란 이름에 한 팔십프로정도 현혹돼서 지르게 된 책이다. 그리고
두께는 왠만한 대학교양서적수준을 자랑한달까.... 하지만 대학 교양서적과 달리 책도 가볍고 내용은
그런데로 술술 넘어가는 편이니 긴장하지 않으셔도 될 것이다.
-다만 뒤쪽에 실린 두편의 논픽션 작품은 꽤나 어려웠다. 흐미;;;;;; 아마  일본 근현대사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있지 않은 한 이해가 힘들듯;;ㅜㅜ

그리고 가급적 난 유명한 영화나 책의 리뷰는 올리지 않으려고 하는 쪽이다. 블로고 스피어의
세계에는 글을 잘쓰시는 용자들이 많은데다, 그분들은 영화나 책의 서평쪽에 많이 몰려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이 근래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책이기 때문에 허접하나마 점이나 잠깐 찍어보고자 한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1909년 태어나서 41세라는 상당히 늦은 나이에 데뷔를 한 뒤 왕성한 활동을 하며
일본 사회파 추리문학의 시초이자 최고봉으로 우뚝 서게 된다. 그 전까지의 이력에서 그의 가방끈은
매우 짧았고, 전쟁중이라는 시기에 거친 세파를 많이 겪었다. 그의 재능 여부를 떠나 그가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쌓았을지, 그리고 그의 문학이 어떻게 탄생했는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이 책에는 거의 오십여년이 지난 오늘날 보기에도 주옥같은 단편들이 많지만, 특히나 내 맘에 들었던 건
'진위의 숲' 이라는 작품이다.

실력있는 일본회화 분석가이자 전문가인 나, 다쿠다는 일본회화계의 파벌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한번도
그 뛰어난 실력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체, 오십이 넘는 평생을 울분에 싸여 비루하게 살아왔다.
쓰야마 세이치라는 실력있는 교수를 사사한 일로 일본미술계의 거물 학자인 모토우라 조지의 눈 밖에
나게 되어 나는 모토우라 조지의 생전에 절대로 제대로 된 직책에 고용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비루하고 고단한 삶을 이어오던 어느날 나의 눈에 독창성은 변변히 없지만 모작실력은 대단한
무명화가 사코 호가쿠가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나는 원대한 사업이자 일생일대의 성대한 복수극을
계획하게 된다. 사코 호가쿠를 우라가미 교쿠도라는 일본 화가의 위작 작가로 키워낸 뒤, 일본 회화계에서
과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의 원수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은......
-이 이후는 스포일러가 될 테니까 자제.

이 작품이 맘에 들었던 이유는 정말 한숨이 나올 정도의 치밀하고 절묘한 플롯과 함께, 작품을 관통하는
정말 추악하면서도 연약하고, 그렇기에 연민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 본성에 대한 작가 특유의
통찰력 때문이었다.

또한 배타적이고 속물적인, 그리고 실력보다 인맥에 의존하는 50여년전 당시 일본회화계의 현실이 과연
현재에는 나아졌을까? 그리고 그런 복마전에서 과연 현재의 우리 사회는 자유로운 것일까?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이 뛰어난 이유는 추리문학으로서의 재미와 함께 작가 자신의 시대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동시에 담겨져서 인듯 하다.
그리고 세이초 이후로 사회파 추리문학이라는 장르가 육성이 되면서 일본에는 당대 사회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하는 수준높은 장르소설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이것은 일본에 대해 개인적으로 상당히
부러운 점이기도 하다.

선정적 민족주의에 휩쓸려 무조건 일본을 비난하기 전에 그들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노력부터 하자.
이 책을 읽고 내가 두번째로 느낀점은 그것이다.
첫번째로 느낀점은 이 컬렉션의 중편도 조만간 질러야겠구나....하는 거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