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면 편해

.....이는 정말로 그의 본심이었다. 혼자 생각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자기가 뭔가 턱없이 헛된 일에 매달리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종종 엄습했다.
누구든 권위있는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 것 같았다.
K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바로 그 점을 확인받기 위해서였다.
............
아닌 게 아니라 이런 작업에 의미가 있을까? 괜한 일에 나 혼자 오기를 부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다 문득 자기 노력이 전혀
쓸데없어 보이고 갑자기 떠밀려 난 기분이 들었다. K의 편지마저 겉치레 인사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희망은 갑자기 사라지고 새카만 절망만이 엄습해 왔다.
이런 절망감은 종종 불쑥불쑥 일어나 그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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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적으로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반면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었던 고사쿠는
일본의 문호 모리 오가이의 소실된 저작인 '고쿠라 일기'를 연구하는 것을 필생의 업으로
정하고 온 정열을 쏟는다. 그리고 그의 열정은 그의 신체적 열등감에 대한 반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정말 잔인한 것은, 신체적 장애와 경제적 궁핍을 무릅쓰며 그토록 노력했건만
결국 고사쿠의 노력은 아무런 결실도 보지 못한 체 허무하게 스러져 버린다는 것이다. 

아마 자신의 창작에 대해 회의를 갖는 것은 모든 창작자가 공통으로 갖는 것이겠지. 이 감정은
아무리 겪어도 그 괴로움이 매번 생생하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어떡해야 할까, 이 괴로움의 근본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하나 아니면 늦게라도 털어버려야 하나....


요즘 옆나라의 원전문제 때문에 온나라가 뒤숭숭한데 말야, 도대체가 낙이 없네.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