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얼마전 유한킴벌리 생리대에서 벌레가 나온 일과, 그 일에 대한 회사측의 무사안일한
대응때문에 꽤 시끄럽다. 생리대가 민감한 곳에 사용하는 필수품인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골이 송연할만한 일이다. 그 벌레가 설마 살아서 자궁에 들어가 서식할
가능성은 마이너스 이하란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일년전부터 면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한 내 입장에선 살짝 느긋한 심정인 것도 사실이다.


 이미 한참전부터 면생리대에 대해 인식이 넓혀지기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면서 보니 아직도 여자들의 면생리대에 대한 편견은 꽤 깊은편이었다.

뭣보다 그 냄새나는 걸 어떻게 싸들고 다니냐는 글을 보면, 그네들은 그걸 사실로 알고
있다기 보다는 그렇게 믿고싶어하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게으름과 귀찮음탓에
면생리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감정을 덮고 싶어하는 자기기만, 바로 그런 것 말이다.
-면생리대를 사용해보면 알겠지만, 일반 생리대에 비해 면생리대는 냄새가 거의
없다. 튼튼한 주머니에 넣기만 해도 냄새는 나지 않는다.

내가 현재 사용중인 면생리대. 직접 내가 바느질해서 만든것이다.
겉감에다 저 옆의 테리타올 감을 넣은 뒤 방수천을 자른 것을 깔아서 혈이 새는 것을 막는다.
피가 새지 않게 하는 동시에 이렇게 하면 생리대를 삶아서 빠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벌레나온 생리대에 대한 대안이 면생리대인가? 이 결론에 대해 난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다.
일회용 생리대는 1차세계대전 당시 월경대를 처리하기가 곤란했던 야전병원 간호사들이 최초로
생각해낸 거라고 한다. 면생리대가 좋긴 하지만, 세탁을 하고 건조를 해서 보관하는 과정은 역시
번거로울 수 밖에 없다.

앞에서 난 '자신의 게으름과 귀찮음탓에 면생리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감정을 덮고
싶어하는 자기기만'이란 표현을 썼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귀찮은 게 싫은 건 당연한 일이다.
한달에 한번씩 냉장고 청소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년이 되도록 냉장고
청소같은거 안하는 사람들도 있다.사람이라면 자신이 좀더 관심을 갖는 일에 열정을 쏟고
그 외의 일은 귀찮아 하는 게 본능이다.

 벌레나온 생리대의 문제는 생산과 유통환경을 좀 더 청결하게 유지하면 되는 일이다.
그 벌레가 포장까지 뚫는다고? 그렇다면 그 벌레의 생태를 연구해서 생리대 제조 환경에선
안나오도록 하면 되는 일 아닌가. 벌레나온 생리대의 대안이 면생리대 라는 논리는 사회구조적으로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를 여성개개인의 문제로 회피해버리는 소극적 발상밖에 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 이것은 면생리대 제조회사라는 또 다른 거대자본을 돕는 논리밖에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건 사람들이, 또 여자들이 어느 현상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한번쯤 좀 더 깊이
생각해봤으면 하는 것이다. 뭣보다 나를 이용하려는 존재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