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리맨, 광공, 비열수, 감금, 사육, 등등......

기획팀 계장인 오코우치 토모미는 봐줄건 그럴싸한 외모와 처세술밖에 없는 속물에 치졸한 인물이다.
그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신의 부하직원인 아오이케를 질시해서 철저하게 괴롭힌다.
원래 조용하고 예의바른 성격이었던 아오이케는 그의 괴롭힘에 결국 폭발해서 오코우치에
대한 상해사건을 입힌 뒤 퇴직을 하게 된다.
아오이케가 사라짐으로 오코우치는 마음이 홀가분해지지만, 어느날 퇴근 후 그의 집
앞에는 아오이케가 기다리고 있었고..이 날 이후 오코우치에게 지옥같은 나날이 시작된다.
-뭐 이 정도 설명을 하면 대강 어떤 내용인지 알테지?ㅋㅋ

쓰는 작품마다 상당 수준의 재미와 작품성을 자랑하시는 코노하라 나리세씨의 작품.
사실 난 감금 조교물은 읽고나면 매번 뒷맛이 안 좋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아주 재밌었던 이유는 순전히 작가의 원숙하고 상당한 필력 탓일 것이다.

작품에서 오코우치는 아오이케로부터 정말 인간 이하의 학대를 당하지만,
-예컨데 아오이케 자신의 정액을 뿌린 개사료를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오코우치가 억지로 먹게 만든다던지;;;=_=;;;;
그 상황이 납득이 가는 것은 오코우치가 아오이케에게 했었던 행동도 변명의 여지가 없이
충분히 비열했기 때문이다.
-나라도 내 바로 위에 그런 상사가 있었다면 몇번이고 죽이고 싶었을듯.



맥락상 충분한 개연성으로 이뤄진 치밀한 구성, 물어뜯는듯한 문체. 정신없이 읽다보면
이 달콤한 구석이란 한조각도 없는 '숭악한' 러브스토리에 푹 빠져들게 된다.
서로 사이좋게 상처를 주고받기에 여념이 없던 이 커플은 결국 타협가능한 해피앤딩에
안착을 하게 된다.
결말이라곤 비극밖에 없을법한 이 커플에게 이렇게 잘 어울리는 해피앤딩이라니, 글 잘쓰는
작가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낼 뿐.ㅋㅋ

그리고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결국 오코우치는 개심의 과정이란 걸 결코 거치지 않는다.
그는 끝까지 속물 그대로 남을 뿐. 이 러브스토리의 진정한 피해자는 오히려
이런 인물에게 빠져버려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오이케일거란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맘에 드는 수가 나오는 소설도 오랜만인듯.ㅋㅋㅋㅋ

또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리트는 여타 비엘소설 표지와 느낌이 다른 매력적인 표지와 내지 삽화.
화풍을 보면 그림작가가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사실 나도 반쯤은 표지그림에 낚여서 샀다니까~

비엘소설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분들껜 강추작. 그 외엔 흐음......
매우 하드한 소재라서 읽는 사람 사이에 호오가 많이 갈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