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기, 귀족의 딸이었지만 유제니가 이끄는 폭도들에 의해 가족과 연인인 줄르를 잃은 알뤼느,

그리고 정신이 이상한 편모 밑에서 암울한 어린시절을 보낸 유제니. 

이들은 각자 다른 목적을 갖고 파리로 향한다.

알뤼느는 가수가 돼서 유제니에 대한 복수를 목표로 반혁명파를 은밀하게 돕는 일을 한다.

하지만 유제니는 알뤼느의 정체를 알게 되고도 그녀를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

사실 유제니는 어릴적부터 레몬숲의 소녀인 알뤼느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

어느날 유제니는 폭동의 격랑에 휘말린 알뤼느를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한다.

이 때를 기점으로 이들의 관계는 크게 바뀌게 된다.

둘의 사이는 점점 꽁기꽁기....해지고....(ㅋㅋㅋ)

이케다 리요코씨가 너무나 좋아하던 생 쥬스트씨가 나오길래 한번...ㅋㅋ

알뤼느는 살아있던 연인 줄르와 재회를 하게 된다.

친구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줄르는 산악당의 독재에 반대하는

지하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줄르와 유제니는 연적으로서 질시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갖게 된다.

유제니는 자신때문에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사형장으로 가게 된

알뤼느를 목숨을 걸고 구한다. 이 만화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부분.


(엄.....연도가 기억이 안나 .......엄.....=_=;;;)월간 르네상스에 연재됐던

김혜린씨의 역사배경의 순정만화다. 테르미도르의 의미는 다 알다시피

프랑스 혁명력으로 '열월'을 뜻한다. 그리고 산악당의 공포정치와

그에 맞춰 유제니의 삶이 끝나는 때이기도 하고.(맞나?)


이 만화가 연재되던 즈음과 그 이전쯤으로 해서 우리나라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순정만화가 꽤나 많이 쏟아져나왔었다. 이건 다 이케다 리요코씨의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영향이었는데, 사실 청출어람이란 말이 무색하게 대부분의 만화들은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작품성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테르미도르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같은 소재를 썼지만 그와는 매우 다른 만화였다.

뭣보다 아침드라마스러운 멜로만이 넘쳐나던 다른 순정만화에 비해, 독자들을 무조건 

역사공부를 시켜야 겠다!!!!!.....란 작가의 의지가 불타는 듯한 인문서적스러운 역사정보들이 

만화에 내내 넘쳐나는 게 가장 눈에 띄는 특징.=_=;;;

언젠가 김혜린씨가 본인의 문자중독을 인터뷰에서 고백한 적이 있는데, 그 탓이 일부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타의 순정만화와 이 만화가 또 달랐던 것은 만화의 중심이 되는 세 캐릭터의 성격이다.

알뤼느는 가끔 인간적인 실수를 하지만 너무나 긍정적인 성품을 가진 진취적인 성격의 여성이다.

서로 연적인 유제니와 줄르는 몸담고 있는 곳은 다르지만 이전과 다른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상대방의 노력을 흔쾌히 인정하며, 서로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품는다.


매우 어린나이에 이 만화를 접했던 나는 이 만화의 진가를 전부 알아차리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며 이 만화를 다시 볼수록, 만화가 가진 진중한 무게감에 점점 매료되게 됐다.

지나친 해석인지 모르지만, 이 만화를 그리며 김혜린씨는 당시 학생운동을 하던 참으로 힘겨운

청춘들을 의식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가 좀 더 자유로운 시대였다면 김혜린씨는 당시

현재를 살며 사회의 변화와 혁명을 꿈꾸던 청춘들을 다룬 만화를 그렸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리고....또 이런 진중하고도 호흡이 긴 만화가 이젠 설곳이 없다는 게 참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알뤼느와 줄르는 유제니를 추억하며, 그들의 아이의 이름을 유제니로 짓는다.

 

덧)이 작품은 더이상 단행본이 안 나오고 도판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블로그내에 스캔이미지를

많이 삽입했습니다. 나중에라도 저작권상 문제가 된다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지들은 전부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제가 직접 스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