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적 혈통에 불가사의에 가깝도록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백작 아이히너 비트겐슈타인의 정체는
뱀파이어이다. 그는 밤마다 여인들의 피를 사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원한 생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지독한 무료함에 빠져 살고 있었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성을 겁없이 침입한 엘스벳이란 소녀와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차츰 깊은 영혼의 교감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엘스벳은 곧 부모를 따라서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된다.
아이히너는 그녀를 못내 잊지 못하며 기다린다.


그리고 성장한 엘스벳과의 재회. 하지만 운명적 연인에게는 항상 운명적 시련이 뒤따르는 법.


그녀는 바로 바로.........유부녀였던 것!!!!잇힝~ 자, 그럼 이들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두두둥~
-놀고있다. =_=;;;;
스포를 하자면, 이 부분은 세파트를 차지하는 전체작품중 이 연인의 전생정도에 해당한달까.
전생에서 이들의 인연은 애틋함만을 안고 엘스벳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 뒤로 현재와 미래, 두번의 삶이 더 이어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순정만화계에서 가장 전설적 위치를 차지하고 계시다고 말할 수 있는 원수연씨의
1990년대 초반 작품이다. 아마 지금 보기엔 이 작품이 왜 대단한것인지 깨닫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원수연씨의 이 작품이 대단했던 이유는 그 당시 이 정도로 아름답고 빼어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가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
이다.

-지금 다시 이 작품을 보며 이런 생각도 해본다. 원수연씨가 십년만 더 늦게 태어났어도 요즘 유명한
트와일라잇보다도 더 현대적인 뱀파이어물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하고.

중견만화가의 도제시절을 거친 뒤 어린나이에 데뷔를 했던 당시 관행과 달리, 원수연씨는 얼마간의
사회생활기를 거친 뒤 이십대후반경에 데뷔를 했다. 대학에서의 텍스타일 디자인 전공이라는 경력과 함께
이 부분이 여타 순정만화가들과 원수연씨의 차이를 확연히 가른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극히 정교하고도 세련된 화려한 그림체, 그리고 당시 대중문화의 가장 선봉에 있을 법한 것들의 세례를
입은 듯한 세련된 감성. 당시 월간 르네상스에 처음 연재하기 시작하던 원수연씨의 작품들은 정말로
뭔가 다른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그가 이내 만화계의 수퍼스타로 등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표제를 슈베르트의 가곡의 제목에서 따왔다고 추정되는-좋아하는 색 싫어하는 색.
원수연씨의 독보적인 컬러 일러스트 실력을 이때부터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원수연씨를 지금의 대작가의 자리로 올린 건 역시나 꾸준한 노력과 강한 의지가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초기에 원수연씨가 가졌던 장점들이 이제는
빛이 제법 바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그의 위치가 굳건한 이유는 말이다.

우리나라 순정만화의 수준을 오늘날까지 향상시키는 데 아마도 원수연씨의 역할은 지대했을 것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그에게 정말 존경을 바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