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https://t1.daumcdn.net/tistoryfile/fs3/3_5_9_5_blog31370_attach_1_184.jpg?original)
............그는 난간에 팔꿈치를 기대고 첫 담배를 피우면서 모래 위에
떨어져 있는 새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아직도 꼼지락거리는 놈도 있었다.
그 새들이 무엇때문에 난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 북쪽 십 킬로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숨을 거두는 것인지 그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들은 결코 그곳보다 더 북쪽으로도 남쪽으로도 가는 일이 없었다.
오직 정확하게 삼 킬로미터의 길이가 되는 이 좁은 모래펄에 와서 죽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이곳이 성지였는지도 모른다. 신자들이 찾아와 영혼을 바치는
인도의 베나레스처럼.
그들은 참으로 먼 곳으로 날아가기 전에 이곳에 와서 그들의 뼈를 버리는 것이다.
...................그들의 피가 차가워지기 시작하여 이제 겨우 그 바다를 건너기에
적당한 만큼밖에 여력이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이곳의 모래는 부드럽고 따뜻하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로맹 가리의 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중 일부.
서점에는 주로 김난주씨 번역본이 깔려있지만 내가 보기엔 역시 김화영씨
번역이 한 수 위인듯.
이 소설을 읽다보면 소설 속 페루의 저 어둑어둑한 해변가에 가보고 싶어진다.
원래 어두움속에서 온기를 잘 느낄 수 있는 법이니까.
'잡다한 리뷰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읽는 책들 (5) | 2008.03.31 |
---|---|
알베르 카뮈-시지프의 신화 중에서 (4) | 2007.10.10 |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정말 재밌네.... (5) | 2007.09.19 |
죽음에 관한 잡학사전 (3) | 2007.07.01 |
알폰스 무하의 아르누보 양식집 (4) | 2006.08.19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