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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고통으로써 시작되었다. 대지의 영상이 너무나도 기억에 생생할 때, 행복의 부름이 너무나도 강렬할 때, 인간의 마음속에 슬픔이 고개를 쳐들게 마련이다. 그 슬픔은 바위의 승리요 바위 그 자체이다. 엄청난 비탄은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무겁다. 이것은 우리들이 맞이하는 겟세마네의 밤들이다.
그러나 거역할 길 없는 진리들도 인식됨으로써 사멸한다. 이렇듯 오이디푸스도 처음에는 영문을 알지 못한 체 그의 운명에 복종한다. 그가 알게 되는 순간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눈멀고 절망한 오이디푸스지만 자기를 이 세상에 비끄러매어놓는 유일한 끈은 한 처녀(안티고네)의 싱싱한 손이라는 것을 안다. 이때 기가 막힌 한마디 말소리가 울린다.
"그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나의 노령과 나의 영혼의 위대함에 의하여 판단하노니 만사가 다 잘되었도다."
............행복과 부조리는 같은 땅이 낳은 두 아들이다. 이들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
"내가 판단하노니 만사가 다 잘되었다."오이디푸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 말은 신성하다. 이 말은 인간의 사납고 한정된 세계안에서 울린다. 또 모든 것이 밑바닥까지 다 소진되는 것은 아니며 또 소진되지도 않았음을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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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시지프의 신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내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을 읽어보진 않아서 안티고네와 같이 떠나기 전 오이디푸스가 어떤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카뮈의 부조리에 관한 이론을 전혀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끔찍한 진실을 깨닫게 되고, 모든 게 바닥까지 떨어진 저 상황에서 어떻게 오이디푸스는'만사가 다 잘되었노라'라고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일까 정말로 의아해지곤 한다. 불행하고 끔찍한 운명이었지만, 또한 그 운명으로 인해 안티고네라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생겨나서일까?
어떤 불행한 인생이나 불운한 사건에서도 우리는 결국 인생의 진리를,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일까........이 얘기에는 수십가지 반박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 얘기가 부디 진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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