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표지 이미지도 올린다, 이렇게 생긴 책이 보이거든 제발 사지 말고 무시하시라고. 


한때 내가 일년간 준비했던 일이 다 엎어지고, 엄마가 위암 말기 선고를 받았던 정말 

힘든 시기가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내가 백수가 되는 걸로 모든 상황이 끝이 났을때, 

난 심한 햇빛알레르기에 만성 위염 환자가 돼 있었다. 그 후 얼마 안지나서 결핵까지 걸렸다. 


그 힘든 시기에 봤던 책 중에 제법 감명깊었던게 인생수업이랑 모리가 함께 한 화요일이다. 

죽음을 앞둔 노작가가 자신의 성찰을 담은 책이라고 해서 난 이책도 인생수업 같이 힘든 사람들에게

그런 위안을 주는 책인 줄 알았지. 백만번을 산 고양이라는 동화도 꽤 좋아하기도 했고.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빡 얻어맞을 줄이야.ㅋㅋㅋㅋ 지금 대략 반정도 읽었지만 더 안읽고

중고서점에다 팔아버릴 작정이다. 내가 요즘 게으름이 심해서 일반서적 리뷰는 잘 안올리는데

이 책이 얼마나 마음에 안들었는지, 내 귀차니즘을 무릅쓰게 했구나. 당신 참 대단하네.ㅋㅋㅋ 



 이 책에서 내가 불쾌해던 점은 일단 두가지다.

1.암에 걸린 다른 환자들의 고통과 고뇌를 폄하하고 있다.

본인이 암에 걸려서 품격있는 죽음을 맞고 싶단 거야 뭐 개인자유다. 문제는 암 선고를 받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다른 환자들을 비아냥대는 시선이 내내 넘친단 것이다.



<나는 암 투병기가 싫다. 암과 장렬한 싸움을 하는 사람도 너무 싫다. 비쩍 말라서는 현장에서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너무 싫다.-24페이지>


<정말로 꼴사납더군. 내 얼굴을 보고 '선생님,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지 않아요' 하며 

울지 뭐야. 그런 죽음은 보기 흉해."-26페이지>


<전국무장의 사생관 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무사들은 정말로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 

결단력 있게, 수치를 두려워하며 할복한다. 아무도 "목숨은 지구보다 중하다" 따위의 

말을 하지 않는다. 나도 사무라이처럼 죽고 싶다.-58페이지>


<사노:아버지 외에 훌륭히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드는 분은 배우 기시다 교코 씨예요.(중략)

아무런 동요 없이 조용히 자다가 제가 가면 생긋 웃었고, 그 모습 그대로 저세상으로 갔어요. 

그렇게 훌륭히 죽은 사람, 아름다운 죽음은 본 적이 없어요. 주검이 된 후에도 예뻤죠. 역시 

마음가짐의 차이일까요.

히라이:마음가짐은 중요하죠. 무사도 정신을 가진 분이셨군요.93-9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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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중병에 걸린 사람은 살려고 추하게 발버둥치면 안되고, 옛날 사무라이처럼 

사쿠라꽃같이 아름답게 지라는 개소리 되시겠다.ㅋㅋㅋㅋ 에라이 염병.

-일단 옛날 일본의 사무라이들의 그렇게 품격있고 귀족적인 인물들이었는지 사실여부는

제쳐두도록 하자.-

죽음이 아름다운 죽음이 어딨고, 추한 죽음이 어디있나? 미드 하우스에서 주인공 하우스가

잠깐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고결한 죽음은 없다. 죽음이란건 어차피 다 비참한 것이다. 

게다가 죽음을 대하는 다른 사람의 자세를 비웃는 이 작가의 오만함은 할 말을 잃게 한다.

나이를 먹을대로 처먹은 양반께서 중2병 걸린 젊은애들이 할만한 유치한 소리나 하고 있으니

통탄스러울 뿐이다.



2.태평양 전쟁 이전 일본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극우주의적 발상.


<(전략)..나는 완전히 전후 교육을 받으며 자란 세대다.

언니는 전쟁 중 학도 동원 때문에 공부는 뒷전인 채 송진을 캐거나 숯을 짊어지고 날랐지만,

도덕과 예의범절 교육은 받았다고 한다.


 같은 혈통이라도 언니에 비해 나는 품위가 없다. 품행도 단정치 못하다. 말본새도 거칠다. 

모모 언니는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자연스럽게 경어를 쓰며 아름다운 일본어를 구사한다.


(중략)..모모 언니는 사람들의 일본어가 엉망진창으로 변해서 무척 가슴 아파했다.

아니, 우리 일족은 그에 대해 몹시 분노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전쟁전의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나도 동감이다. 


(중략)..언니는 부끄러워할 줄 안다. 언니는 수치심이 무엇인지를 교육받은 세대다.

그때는 전 세계가 수치를 알았다. 수치를 모르는 사람이란, 짐승만도 못한 사람을

달리 일컫는 말이 아닐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가운데서 어떻게 인간의 품격을

지켜나가야 할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모모 언니의 세대도 머지않아 사라질 테지. 가난해도 좋다. 나는 품격과 긍지를

지닌 채 죽고 싶다. 49-52페이지>


<아무도 "목숨은 지구보다 중하다" 따위의 말을 하지 않는다. 나도 사무라이처럼 

죽고 싶다. 이 민주주의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그렇게 죽을 수 있을까. 58페이지>


<히라이:그것도 교육 문제로 이어지죠. 우리 세대 대부분이 미숙한 전후 민주주의

(지나친 개인주의)속에서 어리광부리며 자란 거예요. (중략)

베이비붐 세대라서 힘들어요. 메이지 시대에 태어난 아버지한테 "넌 제멋대로다, 

버릇없고 방자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어요. 여러 의미로 비난받는 데 익숙하지요.

9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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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태평양 전쟁 이전에 일본에서 교육받은 세대는 수치심이 무엇인지를 

교육받은 세대라는 작가 말에 일단 웃도록 하자. 와, 그 시절 일본인들께서

수치심을 그렇게 잘 알아서 한국과 중국인들을 학살하고, 어린 소녀들을 위안부로

강제동원해 강간을 일삼았나보지? 


게다가 전후의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세대를 '어리광부리며 자란 세대'라고 한다.

민주주의 교육을 받아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을 '어리광쟁이'라고 평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뭔가 일베들이 '민주화시켰다' 운운하는 개소리랑 비슷한 느낌이네?


그리고 사노와 히라이란 인간이 문제삼는 전후 민주주의 교육은 미군정이

일본 우익의 발흥을 막기 위해 시작한게 시초란 걸 생각해두도록 하자.

염병, 댁들이 태평양 전쟁때 젊은 시절을 보냈으면 히라이 당신은 동남아 오지로

징병을 끌려갔고, 사노 당신은 위안부 내지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됐을 가능성이 

높은 확률이야. 어디서 정신 못차리는 소릴 하고있어. 


사실 이 책 처음부분을 읽을땐, 그리고 싱글벙글씨에 대한 묘사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 책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지뢰밭처럼 뭐가 빵빵 터지니

돈 아깝고 짜증이 나 미취겠구만.

제발 이 리뷰를 읽는 분들이라도 이 지뢰를 피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리뷰를

작성하는 바이다. 이 리뷰는 더 참삭할 게  생기면 나중에라도 수정될 수 있다.


+)같은 작가의 책 '사는 게 뭐라고' 에서는 심지어 혐한발언이 많이 나오는 모양이다.

흠좀무.